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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 기독교는 타 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Can Evangelicals Learn From World Religions?)

신학서적

by noruboy 2020. 3. 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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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독교는 타 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Can Evangelicals Learn From World Religions?)

저자: 제럴드 맥더모트(Gerald R. McDermott)
출판사: IVP


부제: 다종교 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양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책

기독교인이 타 종교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만약 배울 수 있다면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 기독교인이 타종교인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진리의 일정부분을 타협하는 것인가? 기독교인이 타종교에 대해서 배우면 그것은 신자를 위험에 빠지게 하진 않을까? 성경에 대해서 배우기도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타 종교까지 배워야 하는 것일까? 등등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다른 종교를 믿는 이웃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그들의 문화와 종교에도 진리의 그림자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먼저 히브리 민족과 기독교 전통 밖에서 드러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있다. 창세기 본문에서 살렘 왕이라고 부르는 멜기세덱은 그의 동맹국들을 물리치고 승리한 후 아브람에게 떡과 포도주를 가져왔다. 이후 아브람은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드렸다. 멜기세덱은 가나안 신의 이름으로 참 하나님을 예배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다른 말로 표현하면, 멜기세덱은 히브리인들로부터 계시를 받지 않았음에도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계시를 갖고 있던 것이다.

 

이뿐 아니라 구약에는 하나님을 인식했던 이방인들로 가득하다. 모세의 요술을 바라보고 이는 하나님의 권능이니이다(8:19)”라고 말했던 사람들의 고백, 진짜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었던 가나안 매춘부 라합, 솔로몬에게 천지를 지으신 분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신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말한 두로 왕, 예수님의 치유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 그분을 놀라게 만든 백부장,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훈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비유에서 나온 선한 사마리아인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물론 이방인들에게 있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성숙한 수준의 것이었다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바로의 요술사들이나 발람 같은 이들도 결국 구원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놀라게 했던 백부장도 그가 그분의 존재를 어느 수준까지 파악했는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그가 예수님에게 멀리서도 자신의 종을 치유할 능력이 있음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파악했던 지식은 자연현상에서 도출할 수 있는 일반계시도 아니고 성경 같은 특별계시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안목은 신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믿어야 할 사항들을 더 확실하게 해주거나, 혹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어떤 것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한다. 그들의 관점과 고백은 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성경적인 근거 외에도 교회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신앙의 선배들이 타종교의 철학을 재해석해 교회를 풍성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 예로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기독교의 교리를 정립했던 아우구스티누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증법적 철학 체계를 도입해서 자연과 기독교 계시의 상관 관계를 정립한 토마스 아퀴나스,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통해 설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칼빈 등이 있다. 이들을 통해서 하나님은 이방인들의 문화와 철학을 통해서도 교회를 풍성하게 하실 수 있는 분임을 알게 된다.

 

이후 저자는 불교/도교/유교/이슬람에 담겨있는 진리의 그림자들을 부분적으로 제시한다. 불교의 무아와 무념이 어떻게 바울의 사상과 비슷한지? 도교의 위장 신학이 어떻게 칼바르트의 변증법적 신학과 어울리는지? 덕에 대한 유교의 헌신들은 서구 기독교인들이 놓치고 있는 성경의 윤리학을 어떻게 다시 일깨워주는지? 이슬람교가 가진 하나님의 초월성과 그분을 경배하기 위해 하루에 5번씩 기도하는 행위는 어떻게 기독교인들의 나태함을 반성시키는지? 그리고 낙태 같은 문제에 대해서 보수적인 이슬람의 태도는 생명 중시보다 개인의 선택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에 어떤 교훈을 남기는지? 같은 것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고방식이나 논리 전개가 매우 사려 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가 매우 겸손하면서도 자신이 믿고 있는 기독교 진리에 대해 굳건하게 서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기독교를 전하기 위해서는 타종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다른 이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종교 안에도 부분적으로 진리가 담겨있다는 전제를 깔고 가야지만, 타종교인들이 나중에 기독교로 회심한다 할지라도 자신이 전에 몸 담았던 곳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은 신앙의 여정을 보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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